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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으로 본 해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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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은 선조들이 우리에게 물려준 민족 문화 최대의 문화유산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무수한 정보가 담겨져 있는 [실록]은 조선시대의 전반을 연구하는데 가장 필수적인 대형 정보 창고라 할 수 있다. 이처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정보 중에는 향토사를 더욱 살찌우게 하는 사료들이 촘촘히 박혀있다. 향토사 연구자들이 흔히 부딪치는 자료 부족의 갈증 또한 이런 사료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총 42명에 이르는 해남 인물들의 행적을 [실록]에서 찾을 수 있는데 이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저 관련 인물들의 출신별 가문이 모두 16개 성씨라는 사실이다. [실록]에 나타난 성씨별 집안 현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해남 윤씨- 15명, 선산 임씨-3명, 연안 이씨-3명, 장흥 임씨-3명, 선산 김씨-2명, 수원 백씨-2명, 보은 이씨-2명, 원주 이씨-2명, 선산 유씨-2명, 광산 이씨-1명, 김해 김씨-1명, 해남 정씨-1명, 하동 정씨-1명, 능주 양씨-1명, 동북 오씨-1명, 나주 최씨-1명, 미확인-1명

등으로 해남 윤씨가 가장 많은 15명의 관련 기사가 검색되었고, 선산 임씨, 장흥 임씨, 연안 이씨 등이 3명씩, 선산 김씨, 수원 백씨, 보은 이씨, 원주 이씨, 선산 유씨 등이 2명씩, 광산 이씨, 김해 김씨, 해남 정씨, 하동 정씨, 능주 양씨, 동복 오씨, 나주 최씨 등이 1명씩의 관련 기사가 검색되었다. 가문 확인이 불가능한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열 여섯 가문 출신의 인물들이 중앙 정계에 직,간접적인 관련을 맺고 있었던 것이다.
둘째, 이들의 중앙 정계 진출은 17세기 중엽 이전에 상당수 이루어지고 있다. 성종 5년(1474년) 11월 11일, 임수 관련 기사가 처음 보이기 시작하여, 이후 최부, 유성춘, 윤구 등이 연이어 중앙 정계에 진출하여, 17세기 중엽까지 약 30여명의 인물들의 행적이 [실록]에 나타난다. 최부, 윤구, 임억령, 유희춘, 윤행, 윤복, 이중호 등은 중앙 정계에서 상당한 지위에 오르고 이억, 임발령, 정운, 임경번 등은 무인으로 활약한다. 뿐만 아니라, 백광훈, 백진남 등은 관련 기사는 비록 적지만, 그 문장이 중앙에까지 알려진 인물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17세기 후엽부터 해남 인물들의 중앙 정계 진출이 줄어들기 시작하고, 설령 진출한다고 해도 그들의 지위가 한직에 머문 경우가 많았다. 이런 현상이 왜 나타나게 되었는가는 개별 인물과 당시 해남 지역의 정치. 경제적인 현상들에 대한 세밀한 연구를 통해서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런 현상이 나타난 원인을 대략적으로 추론해 보면, 17세기 후엽에 치열하게 전개된 중앙의 당쟁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가령 윤선도 이후에 해남 윤씨들이 중앙 진출은 크게 제약되는데, 이것은 윤선도가 당시 남인의 거두로서 당쟁을 이끌다가 서인들에게 밀려난 이후 해남 윤씨들의 중앙 진출이 그 이전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과 관련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당시 사회에서 중앙 관직에서 한 개인의 퇴출은 한 개인으로 끝나지 않고, 그 집안, 그리고 그 집안과 혼인 관계를 맺은 다른 집안으로 그 피해가 확산되었던 것이다. 그 당시 해남 윤씨 집안은 수원 백씨(백광훈), 원주 이씨 집안과 혼인 관계를 맺고 있었으며, 이런 혼인 관계는 이들 가문의 중앙 정계 진출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셋째, 지역 출신의 인물에 대한 연구는 아주 복잡하고 세밀한 분야까지 관심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 가령 이의신의 경우, 우리 지역에서 그 와 관련된 몇 가지 전설로만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백년 묵은 여우의 정기를 흡수한 아주 빼어나 지관이었으며, 그와 관련된 전설 또한 이런 그의 능력과 관련된 것이다. 그런데 [실록]에서 그와 관련된 기사를 약 198건 검색할 수 있었다. 그 기사에 절반 이상 그의 탄핵을 주장하는 내용이었는데, 그 탄핵의 이유가 바로 천도를 주장한 그의 상소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가 천도를 주장한 이유는 앞으로 더 연구해야 할 과제이지만, 광해군 시대에 천도 상소의 중심에 해남에서 전설로만 남아 있던 그가 자리 잡고 있었다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